로트 하켄크로이츠 2 로트 하켄크로이츠

"안나 레벤하우와 레베카 레벤하우는?"

"사살하였습니다."

"잘했군. 추적에 들어간다. 어제 마을을 지나간 행상이다. 남자1인 여자2인이다. 남자는 짙은 색 곱슬머리에 초록 눈을 가지고 있다. 여자들은 사살하도록 하고 남자는 생포하여 데려오도록."

"생포... 입니까?"

"생포다."

"알겠습니다."

슐츠는 막사로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 손수건을 꺼내어 피 묻은 군화를 닦던 도중, 그는 자신의 손이 가볍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7년간 SS무장친위대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군인도 있었고, 민간인도 있었다. 남자와 여자 노인과 어린이를 가리지 않고 국가와 당의 적이라 생각되면 모두 죽여 없앴다. 첫 살인 후에는 잠을 못 이루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살인 후의 긴장을 겪을 이유는 전혀 없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니다. 십 수년간 마음 속으로만 상상해 왔던 복수가 드디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기대감의 떨림이다. 피 묻은 손수건을 주머니 안에 쑤셔 넣으면서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스파이는 색출해 총살했고, 오랜 벗 조셉 번스타인은 그의 부하들이 잡아 올 테고, 이젠 베를린으로 다시 돌아갈 일만 남았다. 연합군과의 최전방에 가 있는 그의 동료들과 달리 그는 베를린에서 총통의 곁을 지키는 것이 주 임무였다. 사실 이런 변두리의 스파이 색출은 그 정도 되는 거물이 직접 나설 일은 아니었다. 레벤하우는 적당히 타협할 수 있는 사람과 만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그는 누군가의 주머니를 두둑히 채워 주는 댓가로 아내와 딸자식과 함께 영국을 향해 가고 있었을 테지. 그러나 그는 운 없게도 번스타인의 양복장이를 알게 되었고, 아내와 딸자식과 함께 하늘나라로 가게 된 것이다.

부하들이 유대놈을 잡아 오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잠시의 시간조차 기다리기에는 너무 힘이 든다. 기다림은 너무 길었다. 뮌헨에서의 마지막 밤, 볼프강 슐츠는 아무에게 들키지 않고 몰래 번스타인 가를 떠나는 데에 실패했다.




“볼프?"

하얀 나이트파자마를 입고 있는 것은 번스타인 가의 장남, 조셉 번스타인이었다. 지난 달 열 네 살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어린애 같은 모습의 조셉은 한밤중에 물을 마시러 내려왔다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형이 짐을 메고 집을 나서려 하는 것을 보고 커다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직감적으로 그가 자신을 떠나리라는 것을 안 조셉은 볼프에게 달려가 그의 허리를 껴안았다. 볼프는 자신의 가슴밖에 오지 않는 작은 소년의 행동에 당황하며 그를 밀쳐냈다.

“......보..."

“쉿, 조용히해!”

소란에 집안의 하인들이 깨어나면 큰일이다. 볼프는 조셉의 입을 손으로 막고 조용히 하라는 표시로 검지손가락을 세웠다. 조셉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까보다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볼프, 이 시간에 어디 가는 거야? 영영 떠나는 거야?”

“그래. 난 갈 거야. 베를린에서는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들었어. 나는 이 곳을 벗어날 거야.”

“하, 하지만…. 왜? 난 네가 없으면 안돼. 아버지도, 나 같은 것 보다는 너를 훨씬 더 좋아하고…”

번스타인 씨의 이야기가 나오자 볼프의 눈에서는 불꽃이 튀었다. 조셉은 갑자기 돌변한 그의 모습에 기겁하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지만 이내 다시 그의 옷 소매를 부여잡고 매달렸다.

“안돼, 난 볼프가 없으면 안 된단 말이야…!”

천진난만한 얼굴로 자신에게 매달리는 조셉을 보며 볼프는 입술을 깨물었다. 악마 같은 번스타인의 몸에서 이런 자식이 나왔다는 것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그 안에 흐르고 있을 더러운 피를 생각하자, 머리카락이 올올이 곤두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 상대할 수 없겠다고 생각한 볼프가 그대로 현관을 향해 몸을 돌리자, 조셉이 급히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이거라도 가져가! 볼프!"

조셉이 내민 손에 들려 있는 것은 금으로 만들어진 조그마한 장식용 팽이였다. 조셉이 태어난 것을 기념하여 번스타인 씨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정교한 한 쌍의 팽이. 그것은 조셉의 보물 1호였는데 그 중 한 개를 선뜻 내민 것이다.




볼프강 슐츠 중위는 손에 놓인 드레이들을 보며 마지막 밤을 생각했다. 장난감으로는 절대로 쓸 수 없고, 그렇다 해서 장식품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투박한 모양의 사각형 팽이는 그 자체로 번스타인의 허영을 보여 주는 듯 했다. 그러나 아무리 작고 조잡한 물건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그 자체로 금 덩어리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고, 만일 그것을 팔았다면 당에 입당하기 전에 겪었던 수치스러울 정도로 비참한 생활을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가 그러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이 팽이는 그 소년의 것이다. 웃는 모습이 햇살과 같던 아이, 조셉 번스타인.

상념에 빠져 있던 볼프는 문득 바깥이 소란스러워진 것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하들이 유대인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듯 했다. 팽이를 포켓에 챙기고 막사 밖으로 나서자 마을 저편에서 부하들이 부랑자 행색의 사람을 끌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기대대로라면 아마 그는 볼프가 십 년동안 바라마지않던 바로 그 사람일 것이다.

"보고드립니다! 마을에서 20km떨어진 산길의 염소지기 헛간에서 도주 중인 유대인 가족3인을 발견, 여자2인은 사살하였으며 남자1인은 명령에 의해 체포,압송하였습니다. 이 유대인의 처분권은 중위님께 있습니다."

"좋아.잘 했네. 이자의 신병은 내가 구속하겠네. 자네들은 이만 가 보도록. 마을의 소개에 그동안 수고가 많았어. 오늘 밤은 마을 서쪽에 악단이 와서 위문 공연을 한다고 하니 가 보는 것도 좋겠지."

은근히 하룻 밤의 자유 시간을 주는 상사에 대해 부관은 진심으로 감사하며 경례를 붙이고 돌아갔다. 그동안 임무에 바빠 한 달 이상을 제대로 된 휴식 한 번 취하지 못한 볼프의 부대였다. 악단에는 제법 반반한 여가수와 무희들도 상당하다고 했으니 운나쁜 당번병을 제외한 모든 부대원들이 밤 새도록 여자들의 치마 속으로 기어들어가게 될 것이 분명했다.

볼프는 양 팔을 포박당한 채 차가운 땅에 얼굴을 처박고 벌레처럼 꿈틀대고 있는 사내를 내려다 보았다. 이것이 조셉 번스타인이란 말인가? 천사같던 미소를 짓던 그 해맑은 소년이 맞는가?

볼프는 그의 얼굴을 발로 가볍게 건드렸다. 사내는 신음 소리를 내며 꿈틀거렸지만 여전히 고개는 땅바닥에 처박은 채였다.

"일어나."

"......으으"

"일어나, 명령이다."

배 쪽을 조금 더 강한 힘으로 차자 사내는 꿈틀거리며 간신히 몸을 추스렸다. 총기 어렸던 눈은 흐리멍덩하게 변해 있었고 초점조차 맞추지 못한 채 그저 제 앞의 사내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피가 꾸덕꾸덕 말라붙은 머리칼과 흙때 묻은 얼굴은 구역질나도록 역겨웠다. 그러나 볼프는 눈앞의 더러운 사내를 보며 미칠듯한 욕정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조셉 번스타인이다. 그를 한 마리 미친 개로 만들었던 그 소년. 혐오스럽고 오만한 유대놈의 자식.

"당번병!"

볼프의 외침에 시내에 놀러 나가지 못한 불운한 신세를 한탄하던 어린 군인이 쏜살같이 달려와 경례를 붙였다.

"물을 가져와. 냄새가 나서 심문을 하지 못 하겠군. 물을 가져와서 저 놈에게 뿌리고 자넨 이 막사 가까이 오지 않도록 하라. 중요한 증인이다."

"넵!"

당번병은 경례를 붙이고 잽싸게 달려가 양동이 가득 물을 담아 와서 유대놈을 향해 뿌리기 시작했다. 겨울의 찬 공기에,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을 맞자 조셉의 몸에서는 무럭무럭 김이 오르기 시작했다. 볼프는 잔인한 즐거움을 느끼며 그의 검은 머리칼과 하얀 얼굴이 제 색을 찾아 가는 것을 지켜 보고 있었다.

두 양동이 째를 비웠을 때 볼프는 당번병에게 이만 가라는 손짓을 하고는 조셉의 뒷덜미를 잡고 막사로 끌고 들어왔다. 조셉은 입술이 새파랗게 되어 벌벌 떨고 있었지만 아직 한 마디의 비명도 살려달라는 애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미 체념한 것인지 아니면 정신을 놓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볼프는 십 년동안, 아니 그보다 더 오래 된 욕망을 풀어 내는 데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볼프는 사나운 손길로 물에 흠뻑 젖은 조셉의 옷가지를 뜯어내다시피 벗겨냈다. 옷이라기보다는 넝마에 가까웠지만 겨울이었기 때문에 제법 두툼하고 여러 겹으로 된 천떼기 때문에 짜증을 느끼던 볼프는 순간 조셉의 눈빛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 그의 눈에는 당황과 놀라움과 반가움 그리고 절망이 뒤엉켜 혼란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었다.

"보...볼프?"

볼프는 이를 악물었다. 그의 눈앞에 있는 조셉은 반라의 몸으로 그에게 엉겨들었다. 차가운 살갗이 닿는다.

"볼프 맞지? 볼프! 네가 어떻게 여기에......헉! 그, 그 견장은......!"

정신없이 볼프의 모습을 살피던 조셉은 그제서야 볼프의 어깨에 달린 두 개의 번개 무늬를 보았는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런 게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는 아니다. 조셉은 그처럼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외쳐서는 안 된다. 그렇게 재회의 기쁨을 누려서는 안 된다. 조금 더 고통스러워야 하리라. 볼프는 벌벌 떨면서 실낱 같은 희망을 찾고 있는 청년의 뺨을 후려쳤다. 쨕! 하는 매서운 파열음과 함께 조셉의 볼이 말채찍에라도 얻어맞은 듯 새빨갛게 부풀었다.

"네가 알던 볼프강 슐츠는 죽었다. 지금 이 순간, 조셉 번스타인도 죽었다. 너는 내 노예다. 더러운 유대 놈아."


로트 하켄크로이츠 1 로트 하켄크로이츠



 


  1930년. 뮌헨 중심가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찌는 듯이 더운 한여름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조금씩 떨고 있었다. 긴장으로 인해 약간 식은땀을 흘리고는 있었지만, 전혀 더워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한쪽 무릎을 꿇고 소년의 신발 끈을 묶고 있던 사내는 고개를 들어 소년의 안색을 살폈다.
 
 "도련님, 바르미츠바를 축하드립니다."
 
 "볼프,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소년은 자신의 앞에 단정히 앉은 사내를 바라보며 물었다. 볼프라고 불린 남자는 웅크리고 있어도 큰 덩치를 숨기지 못하고 있으나, 그 역시 얼굴은 아직 앳되어 보이는 소년이었다. 성년식을 앞두고 있는 작은 소년을 달래는 것은 어렸을 적부터 그를 잘 알고 지낸 볼프의 몫이었다.
 
 "물론이죠. 오늘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하지 않았습니까?"
 
 소년은 볼프를 향해 활짝 미소를 지었다. 검은 색의 고수머리가 햇빛을 받아 빛났다. 소년의 등 뒤에 있는 창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여름 햇빛이 그를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어린 천사처럼 보이게 했다. 볼프는 그런 소년의 얼굴을 잠시 들여다 보다가 다시 고개를 숙여 묵묵히 신발의 끈을 묶기 시작했다. 아직 어린 소년이다. 성인식을 앞두고 있긴 하지만 어른이 되려면 한참은 남은 듯 해 보인다.
 
 마침내 신발 끈을 다 묶은 볼프는 조심스레 일어나 소년의 옷 매무새를 살폈다. 소년 역시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려 거울을 향해 돌아서서 자신의 모습을 살폈다. 반 보 뒤에 서 있는 볼프의 어깨 근처에도 오지 못하는 작은 키가 불만족스러운지 뒤꿈치를 들어 키높이를 해 보지만 소용 없는 일이다.
 
 "아버지께서는 내 성인식을 위해 열 두 마리의 말을 파셨어. 많은 사람들에게 보리 빵을 나눠줄 거라고는 하지만 나는 화려한 은 장식과 금띠가 둘러진 토라가 그들에게는 충분히 사치스러워 보일 거라고 생각해."
 
 "별 일 없을 겁니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번스타인 가와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는 데다가, 주인 어른 덕에 그나마 마을 경제가 다른 곳에 비해서는 괜찮은 편이니까요."
 
 "응... 나도 더 노력해야겠지. 내일부터는 나도 아버지를 도울 테니까."
 
 소년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이리 저리 돌려 거울에 비추어 보았다. 총기를 띈 녹색 눈이 반짝인다. 그 얼굴이 너무 사랑스러워 보여서 볼프는 그만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슐츠 중위님! 마을의 소개가 끝났습니다. 거지 1인과 정신병자 1인의 제거가 진행되었습니다."
 
 "최근 이 곳을 지나간 다른 자들은 없는가?"
 
 "3인 가족이 어제 오후 마을을 지나갔으나 정기적으로 지나다니는 행상이라고 합니다."
 
 "행상이라고? 누가 그 정보를 말했지?"
 
볼프강 슐츠 중위는 자리에서 일어나 모자를 바로 썼다.  모자 아래에 새파랗게 빛나는 눈이 굶주린 늑대를 연상시켜, 보고를 하던 부관은 그 자리에서 잠시 얼어붙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바로했다.
 
 "3-1번지 레벤하우 부인입니다. 자랑스러운 아리안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아리안이라도 스파이는 총살이다. 당장 가보도록 하겠다."
 
 막사를 나서자 매서운 눈보라가 젊은 군인의 얼굴을 세차게 때렸다. 크리스티안 레벤하우가 자유프랑스 쪽과 내통하고 있다는 첩보는 베를린을 떠나기 전에 이미 받았다. 유대인과 그들의 금을 빼돌리고 있다는 혐의였다. 제국은 승리하고 있지만 그 승리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하여 군자금은 필수불가결하다. 그런 그들의 부를 빼돌리는 자는 죽음 이외의 것을 받지 못하리라.
 
 그는 문을 발로 박차며 레벤하우 가에 들어섰다. 마을에 들이닥친 군인에게 생각 없는 말을 꺼낸 부인은 이미 피신시켰는지 보이지 않고, 얼굴이 벌개진 뚱뚱한 남자가 죽음을 각오한 표정으로 칼을 들고 서 있었다. 슐츠 중위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미 들켰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도망가지 않고 있다니 배짱이 좋군. 그 칼로 나를 어떻게 해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가?"
 
 자동 권총의 총구가 서서히 올라가는 것을 보며 레벤하우는 이를 악물 뿐이었다. 자신은 국경 마을의 보잘것없는 밀수꾼일 뿐이었다. 설마 무장친위대가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부서진 문 틈 사이로 나타난 군인의 어깨에 달려 있는 견장을 보았을 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 해서든 아내와 딸 레베카가 집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까지 도망갈 수 있도록 한 순간이라도 더 이 자를 붙들고 있는 것 뿐이었다. 그는 지독히도 재수 없는 자신의 운수를 저주했다.
 
 "너는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거야. 정보를 넘기면 가족들은 내버려 두지."
 
 "저...정말입니까?"
 
 레벤하우의 얼굴에 생기가 도는 것을 보며 슐츠 중위는 무표정하게 끄덕였다. 그가 베를린에서부터 프랑스의 국경지대까지 내려오게 된 목적은 레벤하우가 프랑스로 빼돌리고 있던 보잘 것 없는 밀수품 따위에 있지 않았다. 레벤하우의 사업은 작은 물건에서부터 시작되어 최근에는 사람들을 빼돌리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었으며, 그가 거래하고 있던 명단에는 볼프강 슐츠 중위의 호기심을 끌 만한 이름이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어제 지나간 3인가족에 대해서 말해."
 
 "뮈...뮌헨 출신의 유대 가족입니다. 중년 여성과 청년 그리고 어린 소녀 3인으로 번스타인 일가라고 알고 있습니다. 번스타인 씨의 양복장이와 제 사촌이 사돈 관계라서 알게 되었구요. 저, 정말 안나와 레베카는 살려주시는 겁니까? 나리! 제, 제발 살려 주십시오! 레베카만은...!"
 
 레벤하우는 칼을 내팽개친 채 단숨에 기어와 군화에 매달렸다. 눈물 콧물을 질질 짜며 애원하고 있는 사내의 추한 모습에 슐츠는 얼굴을 찌푸리고 반 보 뒤로 물러나 레벤하우의 복부를 강하게 발로 찼다. 쿵 하는 소리를 내며 벽 저 편으로 굴러간 뚱뚱한 남자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쓸 데 없는 행동은 하지 마라. 그들의 인상착의에 대해 말해."
 
 그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레벤하우는 신음 소리를 내며 꿈틀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슐츠는 혐오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번스타인! 그들 일가를 찾게 되는 날이 오면 자신의 손으로 직접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어 주리라고 생각했었다. 인색하고 혐오스러운 유대인 놈! 그의 아버지를 자살로 몰고 가고, 선심 쓰는 듯 자신을 거두어 온 마을의 인망을 샀으나 그의 실체는 더러운 소아성애자였을 뿐이다.
 
 "나리... 살려 주십시오..."
 
 "말해!"
 
 군화발이 뚱뚱한 사내의 허연 얼굴을 강타하자 붉은 선혈이 팍 하고 튀어올랐으나 슐츠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레벤하우의 얼굴을 계속 가격했다. 퍽 퍽 하는 고기 치는 소리가 계속되었다. 더 이상 때리면 그는 죽어 버릴 것이 분명했으나 번스타인에 대한 단서를 잡았다는 생각과 과거의 분노가 겹쳐 슐츠에게는 이성이 남아 있지 않았다.
 
 "검은 색... 곱슬 머리... 초록 눈..."
 
 겨우 겨우 입을 벌려 마지막 말을 내뱉은 레벤하우의 눈이 감겼다. 검은색 고수머리의 초록 눈을 가진 번스타인. 조셉이 분명하리라 생각한 슐츠는 이미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붉게 변한 남자의 모습을 묵묵히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자동권총을 그의 머리 쪽으로 향했다.
 
 "탕! 탕!"
 
 두 번의 격발음 후 그는 몸을 돌려 레벤하우의 집을 나섰다. 마을을 순찰하고 있던 부관이 다가왔다.
 
 "안나 레벤하우와 레베카 레벤하우는?"
 
 "사살하였습니다."
 
 "잘했군. 추적에 들어간다. 어제 마을을 지나간 행상이다. 남자1인 여자2인이다. 남자는 짙은 색 곱슬머리에 초록 눈을 가지고 있다. 여자들은 사살하도록 하고 남자는 생포하여 데려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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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스 가든 - BL 소설을 써보자

초혼 후기 초혼

후기라고 거창하게 써 놓았으나, 후기랄 것 까지는 없고, 그저 부족한 첫 호모작에 대한 주저리주저리.

초혼은, 지금(2012년 1월) 으로부터 약 5년 전 (2006년11월), 햇수로는 6년 전에 학교 과제용으로 쓰기 시작한 소설이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로 어이가 없지맘 당시에는 주변의 모든 인물들과 사물들이 부녀자 필터를 통해 보이던 시기였으므로 호모물도 괜찮지 뭐... 라고 생각했으나 결국 과제는 암울한 느낌의 순문학 단편을 제출하고 말았다. 그 이후로 70%정도 쓰다 만 상태로 5년의세월을 묵었으나 이걸 완결을 내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글을 쓸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억지로 끌고 나가 완결을 시켜 버렸다. 그래서 초반과 중반과 후반의 성격이 모두 다른 괴이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으나 첫 호모소설을 완결을 지었다는 데에서 의의를 찾아야겠.......다.

처음 호모를 쓰자 라고 생각했을 때는 형제 이상의 선택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왜냐하면 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좋으니까! 이넘들 커플이 되어 캐나다로 가는 꼴을 차마 보지 못 하겠어!! 동성간이든 이성간이든 상관 없이 단순히 금단을 좋아하는 것 뿐입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글을 쓰고 시간이 지나자 근친물은 싫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반성의 마음도 약간은 들었다. 형제가 없이 자란 나와 달리 형제가 있는 친구들은 동생이나 오빠는 절대 죽었다 깨어나도 천지가 개벽해도 이성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까. 판타지는 판타지일 뿐이다.

초혼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박성원이다. 정우가 성원의 마음을 받아줄지 경찰에 신고를 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잘됐으면 좋겠다 이녀석아! 개인적으로 가장 감정이입을 했던 아이. 나는 환하게 웃는 미소년이 아니지만ㅋㅋㅋ 결말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하나도 정리가 되어 있지 않지만 결국 산 사람은 살아가고 죽은 사람은 떠나간다. 살아 있으면 다시 사랑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루키 식으로 결말을 지어 보았지만 남는 것은 허무뿐이로구나. 중간에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모블로깅으로 힘겹게 썼지만 재미있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낭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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